2023년 1학기에 나는 교양을 하나도 듣지 않고 전공만 무려 7개를 수강하는 어리석은 충격적인 선택을 했었다.
그리고 2023년 6월 29일 목요일, 나의 2023년 1학기 성적이 모두 공개됐다.
미리 스포하자면, 성적이 좋지는 않다!
모든 학기를 통틀어서 가장 최저 학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추억 및 재미
- 블로그 `Konkuk 수업 리뷰` 카테고리에 글 채우려고
이유는 사실 별로 없고 위 두개가 전부다.
이제 회사를 들어가게 됐고, 앞으로 언제 졸업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때 이랬었지~ 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다시 보면 재밌을 거 같기 때문에 작성한다.
강의 후기뿐만 아니라, 시험에 대한 내용까지 존재한다.
문제가 되면 시험내용은 삭제할 수도 있으며, 게시글 자체가 문제가 되면 삭제할 수 있다.
수론
7전공 중 유일하게 컴퓨터공학부 전공이 아닌 수업이다!
이 수업은 수학과에서 개설된 수업이었는데, 전공선택B로 인정이 돼서 수강해보았다.
ps에서 정수론은 사실상 필수적인 덕목 중 하나라 생각하기도 하고, 작년 초까지만 해도 ps를 매우 좋아했어서 수강해보았다. (서버 개발에 관심들이면서 ps에 관심이 최근엔 식었지만, 아직도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처음 수강할 때 당시에는 아래와 같이 생각했다.
`컴공은 학점 안중요해! 그냥 내가 재미있게 생각하는 수업을, 맘에 맞는 친구와 함께 띵가띵가 보내자~`
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그리고 실제로 수업 자체가 되게 재밌었던 덕분에 힐링하면서 들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는 내 성적에 큰 도움이 되는 효자과목이 되었다ㅋㅋㅋ
교수님 강의력도 매우 좋으셨고, 페르마 소정리와 오일러 피함수와 같은 ps와 수학 모두에 도움되는 주제들을 다루다보니 흥미가 안갈 수가 없었다. 덕분에 많은 공부 없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던 듯하다.
여담으로, 이 수업 같이듣는 친구가 ps 및 수학 괴물인데 (사실상 ps는 우리학교 1등 후보) 공부 1도 안하고 중간 100, 기말 96점을 받아서 A+을 받았다고 한다.
건대의 자랑.
내 성적은 아래와 같다.
예상성적: A
최종성적: A (중간고사: 89 중간고사평균: 69 / 기말고사: 75 기말고사평균: 71)
데이터베이스
정말 재밌었던 수업! 하지만 학점은 매우 좋지 않게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행복했던 이유부터 적자면, 수업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우리학교에는 DB 교수님이 두분이 계신데, 한분의 수업은 SQL만 배우고 끝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수강한 수업에서는 트랜잭션과 락, Graph Protocol, 트랜잭션 격리레벨과 DB recovery, 쿼리 옵티마이저 cost 측정 알고리즘 등. 굉장히 디테일하게 쭉 훑고 갔기 때문이다.
특히 쿼리 옵티마이징 cost 과정은 평소에 궁금했었는데, 이번 수업 덕분에 궁금증이 해소됐다. 쿼리 옵티마이저가 웬만한건 알아서 해줘서 정말 다행이다... 싶을 정도이다.
성적을 조진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중간고사는 SQL 및 관계대수 관련해서 문제가 나왔다. inner join과 outer join 차이점이라든지 등.
그런데 내가 답안을 너무 두루뭉실하게 적은 게 많다. inner join과 outer join은 null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적기도 했고... (특정 테이블에만 값이 존재할 경우 inner join과 outer join value 차이를 얘기했으면 괜찮았을텐데 말이다.)
덕분에 중간고사를 조져서 성적 또한 같이 조지게 됐다.
가장 큰 건 이거다.
과제 비율이 25%로 상당히 높은 수업이었는데, 과제에서 1점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과제 제출할 때, 이상한 문자가 껴있어서 컴파일 에러가 떴었던 것..
덕분에 두 과제 모두 1점을 받았다ㅋㅋ
하지만?
수업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aws neptune, MySQL Hash index, next-key lock 등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거나, 새롭게 알게 됐다. DBA 단톡방에서 가끔씩 얘기나오는 Materialized View (MView)에 대해서도 나만의 고찰을 가질 수 있게 됐다 ㅎㅎ
타 교수님 수업을 들었다면 학점을 챙겼을지언정, 재밌게 수강하진 않았을 듯.
강의평엔 과제에 대해 저렇게 적긴 했지만, 아마 컴파일 에러 안떴으면 나도 괜찮은 점수 받았을 것 같긴 하다.
백준 풀듯이 예외케이스 막 집어넣고 해서 결과가 다 올바르게 뜨게 하도록 노력했기 때문이다.
(구현하기 매우매우매우 x100... 귀찮긴 한데, 구현 다 돼갈수록 좀 재밌긴 하다.)
참고로 과제 내용은 각각 Slotted Page 구현, B+Tree 구현이다.
예상성적: D+
최종성적: C+ (중간고사: 55 중간고사평균: 62 / 기말고사: 71 기말고사평균: 53 / 과제 사실상 0점)
알고리즘연습
이번 학기에 괴물들이 너무 많이 수강했던 과목.
나랑 같이 UCPC 나갔던 친구도 수강하고, 20~23학번들 중에서 알고리즘 괴물들이 꽤 있는 편인데 그 친구들도 좀 수강했다고 한다.
UCPC 2022 후기가 궁금하다면 이 글을 참고하자. (갑자기?ㅋㅋㅋ)
https://kth990303.tistory.com/352
중간고사에는 가장 어려웠던 문제가 아래와 같다.
https://www.acmicpc.net/problem/1949
물론 위 문제가 그대로 뜨진 않았고, 좀 변형돼서 떴다.
교수님께서 직접 swexpert 코테 플랫폼에 문제를 내셨는데, 꽤나 재밌는 문제들이 많았다.
덕분에 중간고사는 만점. (만점자 약 10명)
그런데 기말고사가 진짜 어려웠다ㅋㅋㅋ
수강생 약 40~45명 중, 0점이 무려 35명 정도!ㅋㅋㅋㅋㅋㅋ
나도 0점이었다.
UCPC 같이 나간 친구는 1솔, 내 친구중에 ps 꽤 치는 친구는 2솔 (이 친구가 기말 1등일 것으로 예상) 이었다.
각각 건대의 자랑2, 3. 나중에 다같이 만나면 재밌을 거 같다ㅋㅋㅋ
기말 1번은 브루트포스? DFS? 계속 삽질했는데 애드혹이었다.
푼 사람이 0명인데, 1번부터 애드혹에다가 정답자 0명이어서 그런지 다들 페이스가 말렸나보다.
1솔 이상 한 친구들 후기를 들어보면, 2번과 5번이 쉬웠다고.
ps에 관심있으면 수강하는 게 좋을듯하다.
학점은 둘째치고 꽤나 재밌으며, 과제로 코드포스 2000~2500 문제들을 풀어볼 수 있는 기회이다.
무엇보다 교수님께서 커여우시다.
알고리즘 문제 출제 및 풀이 발상에 진심이시다.
얼마전에 아래 문제 (solved ac 난이도 기준 다이아 상위권 문제) 를 응용한 문제를 고민중이시라고ㅋㅋㅋ
https://www.acmicpc.net/problem/2430
예상성적: A
최종성적: A (중간고사: 만점 / 기말고사: 0점)
운영체제
교수님이 너무 좋으시다!
학생들의 운영체제 이해도를 높이려고 매우매우 많은 노력을 하신다.
무엇보다 교수님이 운영체제에 진심이신게 느껴진다.
가끔씩 수업 중간에 개그를 치시는데, 개그가 전부 OS 관련된 내용이다! (애들 반응은 당연히 거의 없고, 교수님 혼자 허허허!! 하시면서 웃으신다. 그 모습이 매우 귀여우시다.)
컴퓨터에 진심인 모습이 너무너무 매력적이셨다. 덕분에 맨앞자리에서 수강하면서 되게 해피하게 들었던 과목.
오죽하면 강의평을 이렇게 적었을까ㅋㅋㅋ
근데 시험공부를 내가 너무 안해서 중간고사는 평균 밑이다.
그래서 학점은 사실상 포기했는데, 기말을 생각보다 잘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얻었다.
요즘 클라이밍에 거의 중독돼버려서, 시험 전날에 클라이밍을 갔었다.
(사실 모든 시험 전날에 다 갔다오긴 했다. 입사 2주 전이라 뭔가 좀 놀아보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진짜 C+ 뜰줄 알았는데 B+ 뜨니까 기분이 좋았다. (학점 의미 없는거 알아도, 높게 뜨면 기분 자체는 좋긴 하니까 ㅋㅋㅋ)
예상성적: C+
최종성적: B+ (중간고사: 36 중간고사평균: 38? / 기말고사: 70 기말고사평균: 57)
웹프로그래밍
갓교수님.
html, css, js 위주로 프론트엔드 기초에 대해 배우는 수업.
내가 회사에 들어갈 팀에서, 백엔드 개발자라 하더라도 react, vue를 좀 다루어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한번 수강해보았다.
학생들의 이름을 한명한명 모두 외울 정도로 수업에 진심이시다.
사실 나는 2학년이긴 하지만, 학번 자체는 꽤 화석학번이어서 조용히 앞자리에서 수업듣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이름을 호명하시면서 퀴즈(?)를 내시는 경우가 꽤 있었다. 내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거에서 약간 감동이었다ㅋㅋㅋ
하지만 배우는 내용은 조금 올드한 내용들이 많아서 아쉬웠다. js, jquery는 꽤나 레거시한 버전을 배운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열려있으신 분(이라 생각됨) 이셔서 그런지, ES6 문법이나 최신 jquery 문법 사용을 막지 않으신다. 오히려 최신 문법까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매우 좋아하신다.
사실 나는 CSS에 정말 약해서 중간고사 볼때만 해도 C+ 뜰 거 같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성적이 꽤 괜찮았다...
중간고사 성적을 받기 전에는, 이 과목이 내 성적을 많이 해칠 것이라 생각했다.
CSS를 정말 못하기 때문.
하지만 중간고사에서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받은 덕분에, 이 과목은 잘하면 A ~ A+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javascript는 조금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기말고사 성적은 아래와 같다.
오~ 나름 괜찮은데? 싶어서 A+를 기대했지만!
아쉽게 A였다.
그래도 이번학기에 A면 정말 감지덕지다! 하고 기분좋게 마무리한 수업.
흠, 근데 벌써 중간고사 이전에 공부한 CSS는 가물가물하다.
이러다가 다시 다 까먹겠는걸...?ㅋㅋㅋㅋㅋ
예상성적: 맨처음에는 C+, 중간고사 성적을 본 이후 A+ 예상
최종성적: A (중간고사: 86 중간고사평균: 62 / 기말고사: 81 기말고사평균: 50 / 과제 92.38)
컴퓨터구조
진도가 미쳤다... 범위가 미쳤다...
교수님께서 진짜 진도를 확확 나가신다. 덕분에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매우 어려우며, 공부량도 미치도록 많다.
단순 이론 수업은 맞다.
공부량이 많아서 그렇지~~
내가 아무리 성적에 신경을 안쓴다 하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1회독은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과목은 대강 하는 마인드로는, 1회독조차 힘들다ㅋㅋㅋ
심지어 시험도 좀 어려운 편이다.
모두 고르시오에... 새끼문제 천국에... 난이도 헬게이트 오픈.
근데 생각보다 평균은 높다. 뭐지 나만 어려웠던 것인가
참고로 이 수업에서는 MIPS 명령어, r-format, i-format 등, 파이프라이닝, 파이프라이닝으로 인한 hazards, cache memory에 대해 배운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귀여우시다!!
CPU 제조 회사들에 대한 썰들을 가끔 풀어주시는데, 그 썰을 풀어주시는 교수님의 모습이 귀여우시다.
컴퓨터 아키텍처에 진심이신게 느껴지기 때문.
하지만 그 진심 덕분에 내 성적도 귀여워졌다...
참고로 대부분 학생들은 `교수님이 귀여우시다`는 거에 동의하지 못하는 듯하다...
중간고사 성적만 보면 솔직히 C를 예상했다. 컴퓨터구조 교수님께서 성적 비율을 거의 안맞춰주시고 F 폭격기라는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중간고사 평균 성적을 보시고 교수님께서 매우 흡족해하신게 내가 C가 안뜬 데에 한몫한 듯하다. 이번 학기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다고,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주시겠다고 하신 게 크지 않을까.
생각보다 성적을 잘 받았는데, 기말고사를 내가 좀 잘본편인듯하다. 기말을 20점대 받은 학생들이 좀 있는듯.
내가 B+ 커트라인이지 않을까 싶다.
예상성적: C
최종성적: B+ (중간고사: 57 중간고사평균: 55 / 기말고사: 47 기말고사평균: ?)
컴퓨터네트워크
해당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꽤 흥미롭다.
1, 2강은 좀 노잼이었는데, OSI layer 쪽으로 가면서 재밌어졌다.
TCP tahoe, reno는 컴네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아예 모르지 않았을까. TCP 혼잡제어에서의 slow start, fast recovery, TCP 신뢰 제어 원리, Router forwarding, routing, SDN 등에 대해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
강의평이 좀 많이... 안좋은데, 비대면 녹화강의 영상을 각잡고 들으면 생각보다 들을만하다. 개인적으로는.. 강의력이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위 내용은 3, 4강, 즉 기말고사에 해당되는 범위이다.
중간고사 범위에 속하는 1, 2강은 하드웨어 쪽이랑 physical layer 쪽을 배워서 그런지 노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고사 점수는 진짜 바닥을 쳤고, 기말고사 성적은 꽤 괜찮았다.
다만 과제나 공지를 아예 조교한테 맡기고, 교수님께서는 아예 관리를 안하신다는 점 때문에 아쉬웠다.
심지어 과제가 있는지도 안알려주신다!
녹화강의 중간중간에 과제를 숨겨서 알려주신다. 그냥 말로 말씀하시면서 휙휙 지나가기 때문에 절대 skip 버튼을 누르면 안된다.
거의 마지막쯤에는 과제가 있는줄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위 사진에 적은 강의평내용대로, 대면 강의 수업 질도 조금... (오히려 비대면 강의 질이 더 좋다)
그래서 수업내용은 꽤 재밌었지만 강의평점은 좀 낮게 기여했다.
시험은 위와 같이 나온다.
사실상 문제 전부를 복기한 것이기 때문에 족보나 다름없으리라 생각한다.
일부 학생들끼리 족보 돌려먹는 것보단, 아예 이렇게 공개하는 게 나을거 같아서 공개한다.
위 문제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네트워크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 위주로 나온다. 그만큼 서버개발자에겐 꽤 중요한 과목! 이라 생각된다.
사실 중간고사를 정말 조져서 C+ ~ C를 예상했는데 A는 정말 상상도못했다.
아마 과제 공지를 교수님께서 별도로 안해주셔서, 거기서 애들이 많이 깎인게 아닐까싶다.
내가 아마 A 커트라인이 아닐까 예상한다.
예상성적: C+
최종성적: A (중간고사: 45 중간고사평균: 49 / 기말고사: 59 기말고사평균: 34 / 과제 만점 (과제 공지를 아예 안해주셔서 과제가 있는줄 모르고 깎인 학생들이 많을듯))
최종 학점
이렇게, 나의 2학년 2학기가 마무리됐다!
3점대 초반, 많이 낮으면 2점대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꽤 괜찮은 학점이 나왔다.
(물론 전체학기를 통틀어서는 매우 낮은 학점이기는 하다.)
이번 학기는 성적을 거의 신경쓰지 않고, 배우고 싶은 위주로 들으면서 시험기간에도 사이드프로젝트 (또는 클라이밍)에 몰두하면서 들었다. 그 편이 장기적으로 나한테 이득이라 생각했기 때문. 그렇기 때문에 성적이 조금 낮다 하더라도, 전혀 후회없다. 오히려 4점대를 받았던 학기보다 더 보람차고 많이 얻은 것 같다고 들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는 7전공이라 꽤 힘들었지만, 그만큼 알차고 수업 내용이 재밌었다.
근데 다시 7전공하라 하면 안할거같다ㅋㅋㅋㅋㅋ
+) 참고로 학교 에브리타임에 저는 글을 웬만해선 안쓰고, 쓴다 하더라도 익명으로 글을 쓰지 않습니다. (에타 닉네임: kth990303)